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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나는 왜 쓰는가

입력 2026-01-07 08:26

[신형범의 千글자]...나는 왜 쓰는가
제목만 보고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처럼 깊이 있는 에세이를 기대하신 분께는 미리 사과 말씀 드립니다. 말 그대로 내가 쓰는 이유를 그냥 가볍게 생각해 본 것입니다. ‘일기’라는 형식의 독백체로 블로그에 쓰는 건 사실 반칙이지요. 그건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일기)가 아닙니다. 블로그를 보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내가 ‘왠지 꿀꿀한 날이다’라고 썼다면 네이버가 이집저집 열심히 다니면서 ‘천 글자 일기님이 우울하대요’ ‘놀아주세요’ ‘감성이 섬세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 달래요’라며 떠드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이미지나 텍스트들은 실제보다 더 과장되기도 하고 비장하기도 합니다. ‘내 삶은 이렇게나 완벽해요’ ‘행복해 죽겠어요’ ‘저 너무 예쁘지 않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깝죽거리는구나’ ‘나는 이렇게나 아는 게 많은데 알아주질 않네’ ‘세상은 썩어빠졌고 나는 고뇌하는 지식인이다’처럼. 이런 증상이 심각해지면 나중에는 그게 진짜 자신인 것처럼 혼동하기도 합니다.

그런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러면 나는 왜 일기를 블로그에 쓰는 걸까.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이건 확실히 아닙니다. 그런 족쇄를 감당할 만큼 나의 인정욕구는 치열하지 못합니다. 나는 본질적으로 개인주의자이며 쾌락주의자인데다 오랜 홍보업무를 통해 대중이 얼마나 잔인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맹목적인 잔인성에 일종의 공포심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생각을 공유하는 연대의 힘은 믿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글 몇 줄로 세상이 쉽게 바뀔 거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재미있어서 쓰는 것 같습니다. 내 경우엔 나 스스로의 생각을 관찰하는 데서 재미를 느낍니다. 일종의 MRI 같은 겁니다.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에 대해 내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글을 써봐야 생생하게 알 수 있습니다. 희미했던 것이 선명해지는 경험도 여러 번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적어둔 글을 나중에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여기에 다른 이들의 반응이 더해지면 그 재미는 배가 됩니다.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편이라 다른 이들과 같은 편에 서서 내 글을 관찰할 때도 있습니다. 이건 좀 재미있고 이건 지루하네, 이건 소재가 특이해서 신선하지만 이건 정말 쓰레기 같아, 같은 감상은 기본입니다.

글은 어떤 목적이 앞서거나 읽는 이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확실히 표가 나면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진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MRI를 ‘뽀샵’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그 때가 글쓰기를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몇 차례 밝혔지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늘상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장 하루키가 아니라 일본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소설과 소소하고 유치한 수필을 끝도 없이 쓰는 하루키 말입니다. 그 와중에 돈도 잘 벌고 맥주 마시고 달리기하고 야구 보고 수영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건 다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루키 같은 작가가 될 리는 만무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내 나름대로 책 읽고 글 쓰고 하는 소소한 일상 자체가 나에겐 소소한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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