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조직 사다리가 무너진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120819320126946a9e4dd7f220867377.jpg&nmt=30)
변호사도 비슷한 신세입니다. 대형 로펌들이 신입 변호사를 줄이고 기본적인 계약서 검토는 AI에 맡깁니다. 또 소송서면 작성과 법리.판례 조사 역시 신입 변호사 두세 명이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시니어 변호사 한 명이 AI를 활용하면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로펌 입장에선 시니어 변호사에게 봉급을 더 주더라도 ‘어쏘’변호사 두세 명 줄이는 게 훨씬 이익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신입사원 채용을 줄였습니다. 능력만 놓고 보면 코딩은 AI가 인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합니다. 실수도 안 하고 전날 과음했다고 피곤해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기획이나 장기전략을 짜고 조직의 복잡한 조율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은 AI가 몰고 온 지각변동 바깥에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노동 상당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했고 또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인간만의 영역으로 알고 있던 전문분야의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지식산업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회계사, 변호사, 프로그램 개발자에 이어 경영컨설턴트, 금융분석가 심지어 의사까지. 이런 추세와 파급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중요한 건 조직이 신입이 아니라 시니어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이런 진화의 방향이 조직구조 자체를 위협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입이 필요 없기 때문에 뽑지 않으면 중견으로 성장할 인력이 아예 사라집니다. 시니어의 전문성은 오랜 기간에 걸친 훈련과 시행착오, 학습과 실전경험이 축적돼야 생깁니다. 신입이 시니어로 성장하는 사다리가 무너지면 결국 조직은 붕괴합니다. 극단적으로 CEO와 실무자만 남게 될 지도 모릅니다.
미래 공장에는 공장을 지키는 개 한 마리와 개밥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자조적인 농담처럼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역할은 축소됩니다. 그러나 일의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입니다.
결국 AI를 바라보는 키워드는 공존과 균형입니다.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AI를 ‘두 번째 지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이 어느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 어떤 판단을 내리고 무엇을 결정할지, 그리고 책임을 누가 질지 같은 문제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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