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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회사도 체력이 있다, '조직 건강'이라는 화두

입력 2026-05-04 09:58

- OKR도, AI도 풀지 못하는 한 가지…다시 떠오른 '조직 건강'
- 오래 달리는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도구가 아니다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인간은 태어나 자라고 성숙기를 거쳐 점차 쇠퇴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건강한 삶'을 묻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가? 어디가 약한가? 무엇을 더 단련해야 하는가? 등 조직도 다르지 않다.

기업이라는 유기체 역시 탄생하고 성장하고 성숙기를 거쳐, 어느 시점에서 쇠퇴한다. 그래서 최근 경영학계와 현장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건강한가?”

◆ 신무기를 들여도 풀리지 않는 문제
지금 한국 기업들의 책상 위에는 한 세대 전과는 전혀 다른 이름표들이 놓여 있다.

OKR(목표 및 핵심결과지표), 애자일(Agile)과 스크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생성형 AI 도입, 하이브리드 근무, ESG와 DEI,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까지. 모두 2020년대 경영의 최전선을 채운 도구들이다. 그러나 이 신무기를 갖추고도, 정작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OKR은 도입했지만 목표만 빽빽하게 적힌 채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회사, 애자일을 외치지만 회의는 더 늘어난 회사, AI 도구를 깔았지만 직원들의 눈빛은 더 흐려진 회사, 왜 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조직의 유효성은 시스템이 결정하는 듯 보이지만,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구성원이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출근하는가? 어떤 에너지로 협력하는가? 어떤 관계 속에서 일하는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결이 성과를 가른다.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도구만 갈아 끼우는 일은, 엔진을 돌보지 않은 채 외장을 새로 칠하는 것과 같다.

◆ 데이터가 말하는 조직의 체력
‘조직 건강(Organizational Health)’이라는 화두는 사실 오래된 것이다. 1958년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가 그 조건을 파고든 이래, 맥킨지의 스콧 켈러와 콜린 프라이스가 『비욘드 퍼포먼스(Beyond Performance)』에서 "조직 건강은 성과와 강하게 맞물려 있다"고 못 박았다. 최근 수년의 데이터는 이 주장을 더욱 또렷하게 뒷받침한다.

맥킨지가 발표한 조직 건강 지수(OHI) 분석에 따르면, 상위 4분의 1에 속한 기업은 하위 4분의 1 기업보다 장기 총주주수익률(TSR)이 세 배가량 높았다. 건강한 조직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고, 더 멀리 간다는 이야기다.

반대편에서는 경고음이 울린다. 갤럽(Gallup)의 『2024 글로벌 직장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4)』는 전 세계 직장인 가운데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있는 비율이 23%에 그친다고 밝혔다. 같은 해, 직장에서 매일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은 4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더 이상 일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노동시장의 보편 현상이 됐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4 글로벌 인적자원 트렌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제 성과와 웰빙(Wellbeing)은 분리된 변수가 아니라, '인간 지속가능성(Human Sustainability)'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지치면 조직도 지친다. 너무 당연한 명제가, 이제야 경영의 정식 의제가 된 셈이다.

◆ 지금, 조직 건강을 위해 필요한 네 가지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연구들과 현장의 흐름은 네 가지를 가리킨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 교수의 연구는 한결같이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구성원이 두려움 없이 의견을 말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조직만이 학습하고 혁신한다. 침묵이 미덕인 조직에는, 결국 진실한 정보가 사라진다.

둘째, 목적과 의미의 회복이다. 갤럽과 맥킨지의 후속 연구가 일관되게 보여준다. 임금 인상보다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은 '내 일이 무엇에 기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젊은 세대가 '조용한 사직'에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보상이 아니라 의미의 결핍이다.

셋째, 데이터로 조직을 읽는 습관이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더 이상 거대 IT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직원 몰입도, 팀 간 협업의 결, 번아웃 신호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조직만이 무엇이 약해지고 있는지를 제때 안다. 보이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넷째, 회복의 시스템화다. 휴식을 개인의 의지에 맡기는 시대는 끝났다. 일을 잘 하는 조직이 아니라, 일과 회복의 리듬을 함께 설계하는 조직이 오래 간다. 유연근무, 안식휴가, 디지털 디톡스, 정서적 회복 프로그램 이름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쉴 줄 아는 조직이, 결국 더 멀리 간다.

◆ 체력이 곧 진정한 경쟁력이다
운동선수가 기술 훈련만으로 정상에 오를 수 없는 것처럼, 기업도 기법만으로 정상에 머무를 수 없다. 호흡이 가쁜 조직에 OKR을 얹는다고 호흡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회복이 더딘 조직에 AI를 깔아도 피로는 그대로 남는다.

지금 경영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도구의 목록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한 줄이다. “우리 조직은, 오래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는가?” 그 답이 흐릿하다면, 지금이야말로 조직 건강을 책상 위에 올려놓을 때다.

변화와 혁신은 결국 튼튼한 몸 위에서만 지속된다. 조직 건강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다.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프로필 :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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