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효력이 없는 유언이라도 그 유언을 남기게 된 정황을 고려할 때 사인증여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런 경우 수증자는 사인증여를 주장하여 효과는 유언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상속재산을 자신의 소유로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례에서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인정하였는지 살펴보자.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에 날인한 유언 자체는 무효이나, 그 증서에 특정한 재산을 상속인들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상속인들도 그에 동의를 한 경우에는 유언자와 상속인들 사이에 유효한 사인증여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본 사건이 있다(제주지방법원 2007가단22957 판결).
사인증여로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언과 사인증여의 법적 성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언은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며, 사인증여는 본질적으로 증여자의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증여계약이다. 즉 유언은 상대방이 유언 내용을 알 필요가 없고 일방적으로 할 수 있지만, 사인증여는 계약이기 때문에 수증자와 증여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유언과 사인증여의 차이를 살펴보면 결국 사인증여는 수증자가 이러한 계약에 동의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수증자가 알지 못하는 사인증여란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유언자가 유언장을 작성하여 개인금고에 보관하다가, 사후 유언장이 발견된 사례에서는 사인증여로 인정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3가합86119 판결).
한편 사인증여는 불요식행위이므로 특별한 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당사자 사이에 증여에 대한 의사의 합치만 성립되면 된다. 따라서 반드시 증여자가 청약을 하고 수증자가 승낙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수증자가 재산을 달라고 청약하였더라도 사인증여는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신동호 변호사는 사인증여를 서면에 의하지 않은 경우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증자 입장에서는 이를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하며, 사인증여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가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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