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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소문의 낙원

입력 2026-04-27 08:08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소문의 낙원
노벨상을 받기 전인 2021년, 작가 한강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초고를 다 쓰고 나서 택시를 탔습니다. 라디오에선 음악이 흘러나왔고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라서 무심히 듣고 있는데 갑자기 가사의 마지막 부분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한강이 들었던 그 노래의 끝 부분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2019년 ‘악뮤’가 발표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입니다. 한강이 노벨상을 받고 이 에피소드가 알려지자 이 노래는 역주행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악뮤’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후 순탄하게 잘나가던 남매 듀오입니다. 하지만 동생 이수현은 한동안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단순히 ‘슬럼프’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앞이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불안에 빠져 2년 간 집에서 나오지 않고 ‘히키코모리’로 지냈습니다.

그런 동생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낸 건 오빠 찬혁입니다. 찬혁은 동생과 한집 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같이 하고 스케줄을 함께 짜면서 수현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생 곁을 지켰습니다. 돌봄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처음 1년은 동생을 도와주는 시기, 나머지 1년은 동생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직도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세상과 화해한 동생과 함께 작업한 앨범 《개화》가 최근 발매됐습니다. 《개화》는 수현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과정을 투영합니다. 수록 곡 〈햇빛 bless you〉는 암막커튼으로 햇빛을 가리고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둔 수현에게 들려주려고 만든 노래입니다. 이 곡에는 ‘그녀의 주근깨를 사랑해야’ ‘걸어 잠근 창문 속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Open the door’ ‘햇빛 bless you’처럼 동생을 향한 오빠의 짠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오빠의 진심이 닿았고 동생은 커튼을 걷고 햇빛을 마주했습니다. 마침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긴 터널의 마지막 끝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수록 곡 《소문의 낙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지치고 병든 나그네여 / 우, 외톨이 나그네여 / 당신의 불치병은 그곳에 존재할 수 없어요’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를 찍은 장소가 베트남의 호치민 근처 화이트샌듄입니다. 사막의 모래언덕과 해변의 비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이한 휴양지로 특히 일출 명소로 유명합니다. 찬혁과 수현은 홀로 설 준비가 안 된 어린 시절부터 대중과 함께 하며 성장과 슬럼프, 그리고 극복하는 힘으로 남매 간 우애와 사랑을 앨범에 담았습니다. 살을 에이는 추운 겨울도 뜨거운 사막의 열기도 이겨내고 진정한 꽃을 피워낸 ‘악뮤’ 남매의 ‘개화’를 응원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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