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누구를 높일 것인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250811480685746a9e4dd7f220867377.jpg&nmt=30)
높임말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압존법(壓尊法)입니다. 압존법은 존대하는 마음을 눌러(壓) 존대하지 않는 걸 뜻하는데 어른이라도 더 높은 어른 앞에서는 존대하지 않는 말법입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 앞에서는 아버지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할아버지, 아버지가 왔습니다”라는 식입니다. 사실 압존법은 한국사람도 제대로 지켜 쓰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하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에게 말할 때 대통령을 어떻게 지칭해야 할까요? ①대통령은 ②대통령께서는 ③대통령님은 ④대통령님께서는 중에서 맞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②번 ③번 ④번은 익숙할 것이고 사람들이 제일 어색하게 느끼는 건 아마도 ①번이지 싶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보름 남짓 대변인의 브리핑을 유심히 들은 사람이라면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실 발표가 대체로 압존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의 브리핑은 대개 “이재명 대통령은~”으로 시작해서 “~했습니다”로 끝납니다. “대통령께서는~”도 아니고 “~하셨습니다”도 아닙니다.
간혹 “대통령님께서~” “~하셨습니다” 같은 경어를 쓰는 참모가 있긴 하지만 이번 정부 대통령실의 브리핑은 평어체가 기본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강유정 대변인이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에다 교수 출신이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압존법은 가정에서 그리고 사제간에 주로 사용하며 사회적 관계에선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국립국어원의 입장입니다.
그렇더라도 내 생각엔 지금 대통령실의 태도와 표현방식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경어를 써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받들어야 할 대상은 바로 국민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주권자의 대리인이자 일꾼이고 머슴이다’라고 말한 현 대통령의 소신과도 일치합니다. 대통령은 당연히 존중해야 하지만 그건 대통령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존대가 과하면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불편한 장벽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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