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자도 안 되는 이 짧은 글에도 드러나지 않은 맥락과 감춰진 숨은 뜻이 있습니다. 앞뒤 맥락과 숨겨진 행간까지 읽어내는 걸 ‘문해력’이라고 합니다. ‘사흘’을 ‘삼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우천시’는 ‘우천이라는 도시’로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로 이해하는 것만 문해력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나민애 교수는 요즘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쓰는 말 대부분이 디지털 은어와 줄임말이라며 스마트폰, 게임기, 컴퓨터를 학생들 국어실력의 발목을 잡는 주적이라고 말합니다. 국어의 기초는 독서고 책과 가까워지려면 심심해야 하는데 요즘 애들은 놀 게 너무 많습니다. 게임 유튜브 쇼츠 등 혼자 있어도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니 손에 책을 잡을 기회가 없고 결국 문해력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사실, 국어는 모든 과목의 기본입니다. 국어를 잘하면 국어만 잘하게 되는 게 아니라 다른 과목도 얼추 잘하게 됩니다. 모든 지식을 이해하려면 국어가 필요합니다. 국어로 문학만 배우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수학도 국어로 문제가 나오고 과학이나 어려운 경제 지문 같은 것도 다 국어로 돼 있습니다. 국어실력이 탄탄하면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하고 다른 과목에 들이는 노력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사는 게 바빠서 책 한 권 길게 못 읽을 때 시는 한 편 읽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게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기사에서 봤는데 나민애 교수는 가끔 누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면 아는 사람도 아닌데 눈물이 난답니다. 그럴 때 김종삼 시인의 《어부》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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