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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조직에도 비타민이 있다 '매일 챙길 것과, 오래 쌓을 것'

입력 2026-05-11 07:54

"지용성과 수용성, 회사도 영양 균형의 문제다"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봄철의 까닭 모를 피로, 잇몸의 옅은 출혈, 평소보다 잦은 감기 등 우리 몸은 늘 자기 안의 결핍을 신호로 보낸다. 이는 비타민이 부족하다는 메시지이지만, 정작 결핍이 깊어지기 전까지는 우리 자신도 그 신호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조직에도 이와 같은 신호가 존재한다. 회의가 무거워지고, 복도에서 인사가 줄어들며, 훌륭한 인재가 조용히 떠나는 것은 모두 "우리 조직은 영양이 부족하다"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조직 건강(Organizational Health)을 신체에 비유한 글은 많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조직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 종류의 비타민이 필요하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비타민은 크게 둘로 나뉘며 작동 원리도 다르다. 지용성 비타민(A·D·E·K)은 체내의 지방 조직에 저장되어 한 번 채우면 천천히 작용하고 며칠 안 먹어도 즉시 결핍이 오지 않지만, 너무 많이 쌓이면 독이 된다.

반면 수용성 비타민(B·C)은 몸에 저장되지 않고 빠르게 빠져나가므로 매일 보충해야 하며, 며칠만 안 챙겨도 입가가 헐고 피로가 몰려온다.

회사라는 조직의 영양 균형 문제도 이처럼 천천히 쌓아 오래가는 것과 매일 보충하지 않으면 즉시 마르는 두 종류의 영양소로 나뉜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어느 한쪽만 열심히 챙기다 다른 쪽이 결핍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 조직의 지용성 비타민: 천천히 쌓이는 자산
조직의 지용성 비타민은 '오래 쌓아야 강해지는 자산'을 의미한다.

비전과 미션, 조직 문화, 핵심 가치, 구성원과 사회의 신뢰, 리더십 철학 등은 단 한 번의 워크숍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수년에 걸쳐 행동과 의사결정 안에 천천히 침전된다.

하지만 한 번 단단히 자리 잡으면 위기의 순간에 그 진가가 드러난다. 시장이 흔들리거나 경쟁자가 새로운 기술로 치고 들어올 때, 혹은 매출이 갑자기 꺾이는 위기의 순간에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당장의 분기 실적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둔 '문화 자본'이다.

그러나 이 자산에도 과잉의 위험은 존재한다. 외부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가치관이나 '우리 회사 방식'에 대한 맹신, 종교에 가까운 컬트 문화 등이 그 예다. 지용성 비타민은 쌓이면 좋지만, 너무 많이 쌓이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조직의 수용성 비타민: 매일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
반대로 조직에는 '매일 보충하지 않으면 즉시 마르는' 영양소인 수용성 비타민이 있다. 작은 인정과 피드백, 일상적인 소통, 회복과 여유, 학습의 기회,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의 일상적인 신호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 달 치를 한꺼번에 비축해 둘 수 없으며, 분기에 한 번 열리는 거창한 시상식이나 연 1회 진행되는 호텔 워크숍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매일 건네는 “이번 보고서, 마지막 단락이 좋았어요”와 같은 짧은 한마디가 분기 보너스보다 더 큰 영양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매주 한 번 이상 의미 있는 인정을 받는 직원의 몰입도는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몇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성 비타민은 적은 양이라도 자주 들어와야 하며, 이 보충이 끊기면 조직은 즉시 메마르게 된다. 큰 사건이 없어도 분위기가 식고, 자발성이 사라지며, 회의실의 침묵이 점점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 결핍의 두 얼굴과 진정한 조직
건강두 비타민 중 한쪽만 챙긴 조직은 각기 다른 얼굴의 결핍을 드러낸다.

지용성만 챙긴 조직은 비전과 문화 선언문은 그럴듯하지만 매일이 메마르다. 구성원들은 회사의 '큰 그림'은 알고 있지만, 오늘 당장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감각은 느끼지 못한다. “방향은 명확한데, 출근하기 싫은 회사”가 되어 겉으로는 잘 굴러가는 듯 보여도 결국 좋은 인재부터 조용히 빠져나가게 된다.

수용성만 챙긴 조직은 이와 반대로 분위기가 좋고 칭찬과 격려가 오가며 회식도 잦지만, 5년 후 회사가 어디로 나아가는지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분위기는 좋은데,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는 시장이 평온할 때는 행복할지 몰라도 작은 외풍에도 쉽게 흔들린다.

진짜 건강한 조직은 천천히 쌓인 비전과 매일 보충되는 인정이라는 두 가지 비타민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이때 비로소 조직의 면역과 활력이 동시에 작동한다.

◆ 평소의 비타민이 응급 영양제를 이긴다
위기가 닥쳤을 때 거창한 비전 선포나 일회성 보상만으로 단번에 회복할 수 있는 조직은 없다. 평소에 챙기지 않은 영양은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 한 알, 천천히 한 알씩 챙기는 단조로워 보이는 보충이 결국 조직의 튼튼한 면역을 만든다.

단 한 번에 큰 변화를 노리는 경영자보다 매일의 작은 영양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경영자가 더 멀리 갈 수 있는 이유다. 비타민은 아플 때 먹는 약이 아니라 평소에 챙기는 습관이듯, 조직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사진제공=엘앤에이(주)
▲이재연 박사 프로필 :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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