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에어컨 바람과 출퇴근 시간의 찜통까지 계산에 넣어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으스스할 정도로 냉방을 세게 하고 어떤 땐 객실 유리창이 뿌옇게 될 정도로 더웠습니다. 결국 어떤 옷을 골라 입든 변덕스러운 날씨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날씨 얘기를 지금 이렇게 장황하게 말하는 이유는 어떤 글을 읽다가 영국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의 유명한 ‘대화의 격률(Maxims of Conversation)’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폴 그라이스는 사람들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지켜야 할 네 가지 규칙을 제시했는데 정보의 양과 질, 관련성 그리고 태도입니다.
‘첫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상대가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말한다.’ 두 가지를 물었는데 하나만 답하거나 굳이 알 필요 없는 것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라는 겁니다. ‘둘째, 본인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참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지어낸 거짓말은 물론 잘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 역시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셋째, 말하려는 내용이 지금까지 대화의 흐름과 연관된 것이어야 한다.’ 이 말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거나 동문서답하는 걸 말합니다. 마지막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명료하고 논리 정연하게 전달한다.’ 애매하거나 헷갈리는 표현을 피하고 조리 있게 정리해서 알아듣기 쉽게 말하라는 겁니다.
특별할 것 없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실제로 대화 중에 이 네 가지를 모두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 이 규칙을 지킨다면 대부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 간 불통이, 지금 우리 사회가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이런 대화의 기본 규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특히 심각한 건 정보의 질, 즉 진실성의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이 부정확한 정보나 멋대로 만들어 낸 허구를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호들갑 떱니다. 하지만 정작 유력 정치인이나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유튜버, 유명 인플루언서가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것에는 관대한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거짓을 유포한 게 아니라 자신은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정보는 대화를, 나아가 세상을 어지럽힙니다. 그런 점에서 앞서 장황한 날씨 얘기는 첫 번째 규칙을 벗어나지만 애교 수준 아닌가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